본문 바로가기
주니어에서 시니어로/개발일기

[펜넥의SAY] 😎따끈따끈한 주니어 개발자의 '여자가 개발자 되는 법' - 2 -

by 펜네임 2020. 4. 24.

 

이전 글
따끈따끈한 주니어 개발자의 '여자가 개발자 되는 법' - 1 -

 

안녕하세요.

현생 열심히 살다 돌아온 펜넥입니다.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관심에 즐겁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누군가는 이런 글을 재미로나 필요로나 읽고 싶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짬짬이 이어 쓰고 있었습니다.

 

이 에세이가 누군가의 진로에 크든 작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져 이전 글에 이어 교육과정에 들어간 과정, 교육과정 합격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지, 면접에선 무슨 질문이 나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그 개발자 교육과정은 어떻게 들어갔어?

 

도전하기 전, 돌다리를 대충 두드려봄

 

저번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제 인생의 진로를 바꾼 것은 버스에서 발견한 홍보물 하나입니다.

있잖아요. 버스 유리창마다 붙어 있는 그 가로로 길쭉한 스티커.

 

흥미가 생겨서 일단 스티커에 적힌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했습니다.

알고보니 그 전에도 몇 회 동안 진행된 과정이었어요.

그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고려해 봤습니다.

 

단점 : 담당자 분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가능성
- 실무에 도움되지 않는 오래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
- 본인 실적과 교육과정의 취업률을 위해 학생들을 안 좋은 기업에라도 일단 취업시키는 식으로 대충 케어할 수 있다.

장점 : 안정적일 가능성
- 프로그램 진행이 안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시설이 최신식은 아니더라도 잘 갖춰져 있을 것이다.
- (현 지역에서는 가장 유명한 국립대의 취업센터가 진행하는 것이므로) 강사들의 역량이 높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조사와 분석을 거치고, 확실해진 건 하나였습니다. 그 모든 게 추측이고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

(지금 돌아보니 과정에 대해 더 상세히 알아보려면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당시의 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지만요)

 

불확실한 거라면 이미 내 미래가 그랬습니다.

도전해보자. 그렇게 덥석 수강신청을 넣고 본 게 2월이었습니다.

정해진 교육기간이 7월부터였기 때문에 5개월이란 시간이 비게 됩니다.

그동안 저는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단기알바를 하는 등 가능한 돈벌이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취성패와 비교해봤다

 

일단 신청은 했지만 5개월은 갈등의 기간이었습니다.

취업성공패키지(a.k.a. 취성패)냐, 이 교육과정이냐.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몇차례 방문하며 내가 취업성공패키지에 참가할 자격이 되는지,

내가 들을 만한 과정이 있는지, 교육수당과 기간 등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어요.

 

비교해본 결과 교육기간은 일반적으로 5-6개월이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취성패가 교육수당을 10만원 더 줬습니다.

그런데 치명적이게도 당시 취업성공패키지로 들을 수 있는 과정 중엔 내 지역에 내가 원하는 웹개발 과정이 없었어요.

 

(제가 알아본 날로부터 몇주 뒤에 괜찮은 과정이 생겼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취성패도 좋은 정책입니다.

제가 맨 땅에 부딪히고 굴러가며 얻은 취업성공패키지 신청 팁은 여기에서 확인)

 

또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대학의 브랜드에 일반적인 학원들에는 느낄 수 없는 신뢰감이 있었어요.

'그래도 여긴데 평타 이상은 해줄 것 같다!'

 

결국 대학에서 하는 교육과정을 듣기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나중에 비교해보니 이 교육과정이 매일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에 금액 면에서는 약 10만원 정도 더 이익이었지만,

이동시간은 왕복 4-5시간으로 꽤나 길었기 때문에 시간의 가치를 따지자면 손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캠퍼스가 여러개인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내가 어느 캠퍼스로 가게 될지 위치를 잘 확인합시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만큼 담당자 분과의 소통이 잘 됐고 센터 측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거든요.

또 그만큼 지원이 됐던 건 당시 수강생들이 경쟁을 거쳐 선발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리라 추측합니다.

 

 

공부가 하고 싶다면 공부를 해와라

 

다시 교육과정을 신청하던 순간으로 돌아가 봅니다.

 

'학원 수강신청 같은 건데 길어야 30초면 끝나겠지.'

 

그러나 홈페이지에서 신청 버튼을 누르자 나온 것은 가능한 한 가장 상세한 정보까지 요구하는 표처럼 생긴 이력서와 다 채울 수 있으면 채워보라는 듯 빈 칸이 커다란 자기소개서 양식이었습니다.

 

'😦...?'

 

그 때였습니다. 그냥 들어가는 곳이 아니란 걸 직감한 게요.

당황했지만 합격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설마 취업준비 수준의 자소서를 요구하겠나 싶어

일단 자소서는 항목당 몇줄씩만 채워넣고 신청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질문차 교육기관에 전화를 합니다.

 

나 : 비전공자인데 수강해도 괜찮을까요? 지난번에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비전공자는 따라가기 어려운 수업이라 중도하차 했거든요.

담당자 : 지난 과정에도 비전공자 분들이 거의 50% 이상 오셨고, 취업하신 분들도 많아요. 비전공자가 오히려 더 잘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다만 전공자 분들에 비해 따라가기 조금 힘드실 수는 있어요. 지난번에도 수업이 어렵다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있었고, 교수님이 모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긴 어렵기 때문에 그런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저희도 수업 전에 수강신청하신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을 선발하고 있어요.

 

앗차, 맞습니다. 정원이 20명 정도로 정해져있는 수업이니 내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 때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고 코딩공부를 기초라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했던 공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생활코딩 강의 html, css, javascript ( 사이트 ) ★★★★★

코딩 입문에 강력추천. 
남강사분이 하는 사이트인데 나중에 알아도 되는 개념은 스킵해가며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하나씩 설명하는 수업입니다.

깊은 내용을 배우긴 어렵지만 입문자가 혼공하기 좋습니다.
강의로 치면 3개지만 각 영상이 짧고 양이 많지 않아 2주만에도 들을 수 있습니다.
들으면서 내가 코딩을 좋아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html 강의는 영상에 들어있는 내용이 글로 다 적혀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2. 기초 알고리즘 책 ( 사용도서 ) ★

'Hello Coding 그림으로 개념을 이해하는 알고리즘'이라는 책으로
저처럼 개발자를 준비하는 친구와 스터디로 공부했습니다.
논리적인 사고력을 길러주는 책이라 괜찮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초보 개발자에게는 알고리즘 해결력이 당장 필요한 능력이 아닙니다.

 

 

나는 회사에 지원한 게 아닌데

 

교육시작 날짜를 기다리던 어느 날엔 신청서를 냈던 훈련센터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소개서가 향후 취업 연계를 위한 서류라 제가 써낸 내용은 분량이 부족하니 좀 더 써달라고요. 저는 당시 낼 수 있는 창의력을 한계까지 끌어내고,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최대한 어필하며 백지같은 자소서의 빈 칸들을 마저 채웠습니다.

 

그리고 서류전형에 합격합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말에서 감이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이 교육과정엔 면접전형까지 있었습니다.

 

(회상) '담당자 : 수업 전에 수강신청하신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아하. 그럼 그 면접이란 게 뭐 담당자 한두명과 하는 가벼운 것이겠거니. 했는데 면접 전날 캐주얼 정장을 요구하시더군요.

불안감이 쌓여가는 당일 아침, 셔츠와 슬랙스 차림을 하고 교육기관으로 향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자기소개를 준비하라는 겁니다. 당황해서 핸드폰에 급하게 1-2분 가량의 소갯말을 적어놓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어떻게든 머리에 집어넣고 혀가 잘 구르도록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곧 세련되고 깨끗한 외관의 교육기관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찾아간 면접대기실의 분위기는 아니나 다를까 숨 막혔습니다. 애써 긴장을 풀어주려는 사업담당자 두 분이 머쓱할 정도로 면접자들 여럿이 저보다 더 뻣뻣한 자세로 앉아 있었거든요. 아니, 취업 면접도 아닌데 왜 이렇게들 결의에 찬 분위기야? 의아했지만 면접과 교육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에 담당자 분들께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알아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이 과정을 수료할 경우 취업률은 7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 같은 과정의 지난 기수는 조기취업 1명을 빼고 중도포기자 없이 전원이 과정을 수료했다.
- 면접 결과 떨어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많지 않을 거다.
- 서류 참가자는 300명 이상으로 많았으나 중간에 취소한 사람도 많았다.
- 면접장에 들어가도 편안하게 대답하도록 다들 유도해주시니 마음 편히 먹어도 된다.

 

'다들?'

 

그때서야 이게 다대다 면접인 걸 알게 됩니다.

 

 

 

면접장에서 나온 질문들

 

면접장엔 4명이 한 팀이 되어 들어갔고 한 팀의 면접은 약 30분씩 진행됐습니다. 센터장님, 부센터장님, 강사를 진행할 교수님 두 분까지 총 네 분이 면접관이었고 사업담당자인 매니저님도 참관인으로 계셨죠. 저희 팀에선 한 명이 불참해 총 3명의 대상자가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먼저, 매니저님이 대상자들에게 사전에 준비시킨 1분 가량의 자기소개를 시키셨습니다. 저는 더듬더듬 소개를 하며 진작 미리 준비해서 연습해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다른 면접자들이 너무 준비를 열심히 해와서 속으로 당황했습니다. 다른 두 면접자들은 남자였고 나이대가 30대 후반~4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저보다 면접이나 사회경험이 많아선지 말을 잘하더군요.

 

교수님들은 예비수강생들이 코딩 공부를 해봤는지, 했다면 얼마나 무엇으로 했는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났다고 내세울 거라곤 하나였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썼던 내용을 토대로 최대한 기초 공부를 성실히 해왔다는 것과, 저에게 이 공부가 재밌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교육센터 관련자분들은 우리가 이 과정을 끝까지 수료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교육기관 위치가 시 외곽인데 거리는 괜찮겠는지, 5개월이라는 교육기간이 부담되지 않겠는지를 물어보셨거든요. 그리고 희망연봉도 물어보셨는데, 다들 "최저시급 정도면 괜찮다"는 마음에 없는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아시겠지만 붙었습니다.

하지만 아슬아슬했어요.

매니저님이 합격 통지 전화를 주시면서 '의견이 갈렸지만 결국은 합격시키기로 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추측하건대 제가 기초 공부를 착실히 해갔다는 점은 어필됐지만 긴장한 나머지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합격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길기도 짧기도 한 5개월의 교육과정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 글이 생각보다 더 길어지고 있네요. 다음 글에서는 교육과정에서 배운 언어들, 취업 전에 공부하면 좋을 내용들, 내가 사용한 공부법, 취업 그 뒷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댓글